백열전구의 필라멘트는 왜 하필 ‘텅스텐(W)’일까요? 철도 있고, 구리도 있는데 텅스텐이 선택된 과학적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글에서는 텅스텐이 전구에 사용되는 이유와 다른 금속들과의 차이, 전구의 역사까지 자세히 설명합니다.
빛을 만드는 실에 숨겨진 과학, 텅스텐 이야기
우리가 흔히 쓰던 백열전구 안에는 머리카락처럼 가는 실, ‘필라멘트’가 들어 있습니다. 이 필라멘트는 전기가 흐르면 고온으로 가열되면서 눈에 보이는 빛을 내는데, 바로 그 실이 ‘텅스텐(W)’이라는 금속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텅스텐은 주기율표에서 74번 원소로, 금속 중에서도 매우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겉보기엔 회색빛을 띠는 평범한 금속처럼 보이지만, 고온에서도 형태가 유지될 정도로 녹는점이 매우 높고, 열팽창도 적어 ‘극한 조건용 금속’으로 불립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텅스텐은 오랫동안 전구 필라멘트의 대표 원소로 자리 잡아왔죠. 그렇다면 왜 철이나 구리, 은, 금 같은 금속이 아니라 텅스텐이 선택되었을까요? 이 글에서는 전구에 사용되는 필라멘트 재료로서의 텅스텐이 가지는 장점, 다른 금속과의 차이, 그리고 텅스텐이 전구를 어떻게 밝히는지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해드립니다.
전구에 텅스텐이 쓰이는 이유 5가지
1. 녹는점이 가장 높은 금속 (3422℃)
- 텅스텐은 모든 금속 중 녹는점이 가장 높습니다.
- 전구 필라멘트는 약 2500~3000℃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이 조건을 견딜 수 있는 금속이 텅스텐밖에 없습니다.
- 철(1538℃), 구리(1085℃), 알루미늄(660℃)은 고온에서 녹아버려 필라멘트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2. 높은 고온 강도와 내산화성
- 텅스텐은 고온에서도 구조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 전구 내부가 진공 또는 아르곤 기체로 채워져 있어 산화를 막지만, 만약 산소와 만나면 산화텅스텐이 되어 푸른 연기를 내며 부식되기 때문에 기밀 유지도 중요합니다.
3. 낮은 증기압 – 기화가 느리다
- 고온에서 금속이 기화되면 필라멘트가 점점 얇아져 전구가 터집니다.
- 텅스텐은 고온에서도 기화 속도가 느려 수명이 깁니다.
- 따라서 전구가 오래 가고, 효율적으로 빛을 낼 수 있습니다.
4. 전기 저항이 적당히 높다
- 전류를 흘렸을 때 전기 저항이 커야 열이 발생합니다.
- 텅스텐은 구리나 은보다 전기 저항이 높아 열을 잘 냅니다. 이 열이 바로 빛으로 전환되죠.
- 하지만 너무 저항이 크면 전류 흐름이 막히므로, ‘적당한’ 저항이 중요합니다.
5. 가늘게 가공 가능 + 강도 높음
- 필라멘트는 수십 마이크로미터 굵기로 매우 가늘게 감깁니다.
- 텅스텐은 연신성과 강도가 높아 가늘게 만들어도 잘 끊어지지 않으며, 나선형 코일 형태로도 유지됩니다.
그렇다면 왜 텅스텐만 선택됐을까?
| 금속 | 녹는점 | 전기저항 | 고온 안정성 | 가공성 | |------|--------|----------|--------------|--------| | 구리 | 1085℃ | 낮음 | 약함 | 좋음 | | 철 | 1538℃ | 중간 | 녹기 쉬움 | 좋음 | | 금 | 1064℃ | 낮음 | 고가 | 좋음 | | 텅스텐 | 3422℃ | 적당 | 매우 좋음 | 우수 | 결론: 다른 금속은 녹거나, 휘거나, 기화되거나, 너무 비싸거나 해서 부적합. 텅스텐만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킵니다.
전구 하나에도 담긴 정밀한 과학 선택
우리가 흔히 쓰던 백열전구는 단순한 전기기구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수백 도를 견디는 금속, 전류를 열로 바꾸는 저항,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체 밀봉 기술까지 정밀한 과학이 집약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텅스텐’이라는 원소가 있습니다. 텅스텐은 전구뿐 아니라 항공, 군사, 고온 장비, 전자총, 의료용 엑스선 튜브, 플라즈마 장비 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고온에도 끄떡없는 이 금속은 단단하고 무겁지만, 그 특성 덕분에 인간의 삶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LED나 OLED 같은 새로운 광원들이 백열전구를 점점 대체하고 있지만, 텅스텐은 여전히 전구의 원리를 배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전구 속의 작은 실 하나에도 과학과 기술, 그리고 원소의 정밀한 선택이 담겨 있다는 사실, 이제는 조금 더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작지만 강한 금속, 텅스텐. 그 이유 있는 선택이 빛을 만든다는 것, 바로 이것이 과학의 매력입니다.